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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CES 2010

[CES2010] 우리에겐 볼것없는 CES? 눈이 높아졌나?


CES 2010 참관을 위해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을 때만해도 그 기대감은 최고조로 올라가 있었다. 자칭 얼리어답터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나에게 있어 삼성, LG등 대기업 이외에 내놓라 하는 많은 국/내외 업체들의 기술력과 디바이스를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흥분은 감출 수 없는 쾌감이었다. 더구나 허접한 블로거로써 CES 2010을 통해 해외 유명 블로거와 많은 매체를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은 CES 행사 이상의 기대감을 자아냈다.

하지만 막상 CES 를 돌아보면서 느낀것은 참 볼것이 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왜그럴까? 왜 볼게 없다는 느낌이 들었고 왜 재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그 이유는 재미있게도 마지막날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라스베이거스 공항으로 이동하면서 가이드에게 들은 이야기에서 해답을 찾을수 있었다.

"전 이 CES 행사를 처음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가이드로 일해왔습니다. 처음 CES 가이드를 하면서 많은 한국분들이 다녀가셨고 그 때마다 새로운 기술과 차원이 다른 생각 그리고 아이디어로 많은 배움과 볼거리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몇년전부터 CES를 방문한 한국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삼성, LG말고는 볼게 없다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그래서 그 이유를 물어보니 그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삼성과 LG가 이미 세계 최정상의 기술력을 지닌만큼 별로 새로울것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간간히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재미있는 디바이스가 눈에 띄긴하지만 많은 돈을 들여 방문해서 볼만큼의 가치는 없어졌다는 것이 대다수 방문객들의 평이었습니다."


가이드의 말을 들어보면 상당히 일리가 있다. 그도 그럴것이 CES 행사장을 외관을 보더라도 삼성과 LG의 광고가 가장 많이 비치되어 있다. 행사장 전면에 가장 커다랗게 삼성 LED TV 광고와 힐튼 호텔 옆에 위치한 이름모를 호텔에 LG 휴대폰 광고가 크게 비치되어 있다. CES 행사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행사인것 마냥 익숙한 삼성과 LG 로고를 쉽게 접할수 있다.


또한, 행사장을 들어서면 Central Hall 입구를 들어서자 마자 LG 전자 부스가 눈에 들어오고 전시된 LED TV 무더기(?)들의 관람객의 시선을 확 이끈다. 또한, LG전자 부스에 비치된 얇은 TV를 보고 있자면 남녀노소, 국적불문 할 것이 와~ 하는 감탄사와 함께 카메라 셔터소리와 플레쉬가 팡팡~ 터지는 것을 볼수 있었다. '역시 우리나라 기업은 마케팅 하나는 정말 최고야~' 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된다.


또한 Central Hall 정중앙에 위치한 삼성 부스 역시 (IFA때 큰 호평을 이끈) 디스플레이어가 전시된 모습을 보면 그 어떤 기업보다도 우수하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3D 기술을 한눈에 볼수 있도록 3D 모니터를 4개 방향으로 배치한 디스플레이 탑은 극장에 온듯 쉽게 자리를 뜰수 없게 만든다. 이는 단순히 우리나라 기업이기 때문에 느낀 우월감이나 국수주의가 아닌 CES를 방문한 일반적인 참관객들의 의견이 그러하다는 점이다.  

이렇게 강렬한 임팩트로 눈과 마음을 빼앗긴 나와 일반 참관객들은 다른 부스에서 느끼는 임팩트로 쉽게 만족할 수 있을리가 없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가 어느정도 IT분야의 정보가 있는 참관객들만의 이야기일수 있다. 일반 참관객들이야 아직 접하지 않은 기술들이 더 많은 만큼 어느 부스를 가든 신기함과 놀라움이 가능한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를 통해 한국사람들에게 있어 CES 2010은 갈수록 볼것없고 놀라울것이 없는 전시회로 인식되어 가고 있다.(거듭 말하지만 나만의 생각이 아닌 현지 가이드와 가이드가 만난 많은 이들 그리고 CES 2010을 함께한 많은 한국 업체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이다.)

기술력으로 이미 최고수준에 오른 삼성과 LG가 우리나라 기업이라는 것이 참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CES의 메인이 삼성과 LG라는 것은 더할 나위없는 우월감을 제공한다.(단순히 기분뿐이지만...) 하지만 어이없게도 이와 같이 하드웨어적인 기술력은 최고에 올랐지만 여전히 우리는 휴대폰 사용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으며, 아이폰에 열광하고 해외 안드로이폰을 기대하고 있다. 외실은 삐까뻔적 신사이지만 내실은 1년째 빨지 않은 속옷을 입고 있는 기분이랄까?

시선은 삼성과 LG에 빼앗겨 다른 것들은 재미가 없게 느껴질 수 있지만 막상 선호하는 것은 해외 제품들이다?

지금까지 아니 지금도 스펙 우선주의에 빠진 한국 기업과 한국 소비자 그리고 조금씩 사용성에 눈을 돌리는 소비자. 하지만 아직도 최고의 스펙만이 최고로 생각하는 기업. 이러한 과정속에서 우리는 해외의 제품과 서비스에 열광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긴... 단순히 공개된 스펙만 보고도 온통 시나리오를 작성해서 까대는 것도 나와 우리의 모습이니 별 할말은 없기도 하다.

나 그리고 한국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스펙 최고, 서비스 최고를 만들어 내면 된다는 전설의 해답이 있지만 말그대로 전설일 뿐 직접 만들순 없으니 마냥 기대하고 기다려 보는 수 밖에...

눈이 높아진 한국 소비자에게는 다소 김빠진 밍밍한 콜라인것 마냥 느껴진 CES 2010 이었지만 이런 저러한 잡생각으로 심심치 않은 CES 2010인듯도 하다.